고모역 ㅣ작시:박해수ㅣ낭송:이지희ㅣ제작:진진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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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역/ 박해수



고모역에 가면
옛날 어머니의 눈물이 모여 산다.
뒤돌아보면 옛 역은 스러지고
시레기 줄에 얽혀 살던
허기진 시절의 허기진 가족들
아 바스라지고 부서진 옛 기억들
부엉새 소리만 녹슨다.
논두렁 사라진
달빛 화물열차는 몸 무거워
달빛까지 함께 싣고
쉬어가던 역이다.

고모역에 가면
어머니의 손재봉틀처럼
덜커덩 덜커덩거리는 화물열차만
꽁지 빠진 새처럼
검은 물떼새처럼
허기지게 날아가는
그 옛날 고모역 선로 위에서
아 이즈러진 저 달이
아 이즈러진 저 달이
어머니의 눈물처럼 그렁그렁
옛 달처럼 덩그라니 걸려 있구나
옛 달처럼 덩그라니 걸려 있는
슬픔처럼 비켜 서 있는
그 옛날 고모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