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Op.36 ✦‿✦Piano Sonata No.2, Op.36 (Rachmaninoff, Sergei)✦‿✦

2024/04/17 に公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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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Op.36 ✦‿✦Piano Sonata No.2, Op.36 (Rachmaninoff, Sergei)✦‿✦

2nd version (1931)
Performer Pages Cecile Licad (piano)
Publisher Info. Boston: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Copyright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No Derivatives 3.0

[ Rachmaninoff, Piano Sonata No.2 in B flat minor, Op.36]
모든 장르에서 뛰어나고자 노력했던 라흐마니노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피아노 음악이다. 근본적으로 그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예를 들어 피아노 협주곡은 라흐마니노프가 가장 몰두했던 장르인 반면, 실내악이나 오페라에는 거의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했던 장르인 교향곡과 협주곡, 피아노 소나타와 가곡에서도 그 안에는 성공작과 실패작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가 작곡기법과 내용에 있어서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꾸준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피아노 소나타 작품 36 은 그가 이미 세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쓴 이후인 1913년 초 로마에서 착수해 러시아로 돌아간 다음해에 완성되었다. 당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던 당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던 라흐마니노프는 합창교향곡 'Die Glocken'(종소리)를 같이 작곡 중이었다. 그가 떠올리는 종소리, 러시아의 차갑고 황량한 공기를 가르며 귀를 울리던 교회의 종소리는 당시 많은 러시아 작곡가들에게 무한한 울림의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탄탄한 구성으로 쓰여진 이 피아노 소나타에도 그의 환상 속 영원히 울리고 있었을 러시아의 종소리를 연상하는 부분들이 발견된다. 숨어있던 열정을 한 번에 쏟아내 듯 시작되는 1악장은 수많은 종소리를 내며 극도로 내닫다가 다시 콧노래를 부르듯 서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시 수많은 별빛을 연상시키는 화성들의 함성 같은 클라이막스를 마지막으로 점차 사그라져가며 막을 내리고, 이후 꿈꾸듯 시작 되는 2악장은 깊은 애수와 함께 잔잔하게, 종종 내재된 아픔을 누르는 심정의 불안한 동요로 표현되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여기서도 조용히 멀리서 울리는 듯한 교회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달래며 3악장으로 다다르면 다시 나타난 열정, 휘몰아치는 수많은 화성들이 부딪히며 소리를 내는 중에도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은 빛을 발한다.

특히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그는 피아노 소나타 장르에서 자신의 모든 재능을 쏟아부으며 정성을 들였다. 커다란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코렐리나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들과는 달리, 유독 두 곡의 피아노 소나타는 순탄치 않은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우선 파우스트 전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표현한 [소나타 1번 Op.28]은 너무나 길고 내용이 난해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알려지는데 실패했다. 아직까지도 이 작품은 명쾌하고도 뛰어난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뒤이은 [소나타 2번]은 표면적으로 성공을 거둔 듯 했지만 그 음악적, 구조적인 측면에 있어서 완전하지 못했던 만큼 라흐마니노프를 비롯한 후대 연주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머리 아픈 고민을 계속 해야만 했다.

1909년 라흐마니노프는 처음으로 미국으로 연주회 여행을 떠나 이듬해에 되돌아왔고, 이 무렵 이바노프카에 있는 아름다운 별장을 소유하면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로서 열정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1909년부터 1917년 사이는 그가 조국 러시아에서 보낸 마지막 시기로서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친 시기였다. [피아노 협주곡 3번](1909년)을 비롯하여 [전주곡 Op.32]와 [회화적 연습곡 Op.32와 39], [합창 교향곡 '종']과 [피아노 소나타 2번]이 바로 이 시기의 대표작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특히 1913년에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로마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에드가 앨런 포무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종'을 작곡하기 시작했고 이바노프카에 돌아온 뒤 작품을 완성, 그해 겨울 모스크바에서 초연을 가졌다

이와 같은 시기 그는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작곡하기 시작하여 그 해 11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작곡가 자신이 직접 초연을 했다.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와 같은 모스크바 음악원 출신의 동창인 피아니스트이자 로스토프 아카데미의 원장인 마트베이 프레스만(Matvey Presman)에게 헌정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장황하다는 평을 들었던 라흐마니노프는 1931년 여름 이 소나타를 대대적으로 개작하게 되었다. 중복되는 음과 복잡한 성부를 생략하여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120여마디에 이르는 부분들을 삭제했고 일부 화성을 변화시켜 선율이 더욱 뚜렷해졌으며, 특히 악장들의 발전부에서 많은 패시지의 텍스추어를 새롭게 다듬은 한편 부분 부분을 새롭게 작곡했다.

라흐마니노프가 음악학자인 알프레드 스완(Alfred Swan)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담겨 있다.
"제 초기 작품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과잉된 부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2번 소나타에서도 너무 많은 성부가 동시에 열려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길이가 너무 길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Op.35는 19분 남짓 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베토벤과 슈만, 리스트와 쇼팽의 뒤를 잇는 대작 소나타를 염원했던 라흐마니노프는 총 25분이 넘는 연주시간을 필요로 하는 오리지널 버전을 대폭적으로 줄여 20분에 채 미치지 않는 정도의 시간으로 줄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판 또한 음악의 윤곽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오리지널 버전의 중요한 부분을 너무 많이 삭제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전조부도 어색하며 양식적인 측면 또한 지나치게 절제했다는 평가 또한 그를 괴롭혔다. 그리하여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레퍼토리에서 아예 이 작품을 삭제해 버리기에 이른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한 돌파구는 자신이 아닌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정신적, 예술적 후계자로 생각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에 의해 만들어졌다. 1940년 작곡가의 동의를 얻은 호로비츠는 이 두 종류의 버전의 장점을 한데 섞은 버전을 만든 것이다. 그가 평생토록 즐겨 연주했던 약 22분 정도의 길이의 이 혼합버전은 작곡가의 두 가지 버전에 대한 훌륭한 대안으로서, 현재에는 소수의 피아니스트들이 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연주가의 관점에 따라 각자 조금씩 변형된 버전을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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